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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배달의 민족’에게 바라는 우아한 책임(CSR)

by rhodia 2019. 9. 25.

‘배달의 민족’을 소개합니다.

현황

2011년 3월 10일 1억 8천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한 (주)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음식서비스 브랜드다. 종이 전단지를 모바일에 담아 발생하는 주문을 중계하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현재 100명이 좀 넘는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앱은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 하루 평균 1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앱

 

현재 등록된 업소수만 13만 개, 시장점유율 60%로 최근 3년간 매출액을 보면 2011년 4억 4500만 원, 2012년 47억 2100만 원(영업손실 7400만 원), 2013년 100억을 돌파하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사이버에이전트 등으로부터 120(150)억에 달하는 투자받았다고 하니 한국 스타트업에서 가히 주목할만한 기업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복지로 ‘꿈의 직장’으로 소개된 제니퍼소프트의 2012년 매출액이 140억(약 30명)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느낌인지 쉽게 다가왔다. 다만 최근 급격한 충원으로 인해 10여 명 남짓 하던 직원수가 100명이 넘어 매출액 100억 돌파가 좀 무색해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하루하루가 엄청 기대되는 기업이다.(엊그제도 이 앱으로 치킨을 시켜 먹었다.) 2013년 영업이익 자료는 찾지 못했는데 무지 궁금하다.

 

 

시장 환경과 경쟁사

‘배달의 민족’은 모바일앱을 통해 발생하는 주문의 수수료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함께 갑의 횡포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의미한 전단지 광고비 지출이 더 비효율적이고 비싸다는 의견도 있어 시장이 좀 더 성숙해지고 관련 데이터들이 좀 쌓이면 그 이해의 간격도 점차 좁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업체 3곳의 수수료율 (2014)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장사하는 건 ‘배달의 민족’이 유일한 건 아니다. 닐슨 코리안클릭과 구글 앱스토어 통계를 보면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다. ‘요기요’란 회사다. ‘요기요’는 독일에 본사를 둔 ‘딜리버리 히어로’ 창업자가 설립한 벤처 인큐베이터 ‘팀유럽’에서 2012년 6월 국내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로 어느 날 지하철, TV광고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배달의 민족’의 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기업문화와 가치관

2012년 이후로 내가 먹은 치킨과 짜장면은 모두 배달의 민족을 통해서 시켰다. 그건 단지 시장에서 1년 먼저 시장한 사업자의 락인(Lock-in) 효과라든지 UI에 익숙해진 귀차니즘에서 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우선 양사의 회사 소개 페이지를 한 번 들여다보자.

 

배달의 민족’회사소개 페이지
‘요기요’회사소개 페이지

사실 두 회사 모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는데 이 두 장의 회사 소개 페이지는 내가 왜 ‘배달의 민족’에서 치킨을 시켜먹는지 잘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소개 페이지에서 얻은 두 회사의 답은 다른데 한 곳은 WHY(가지고 있는 사회적 소명이 있고 그 결과 ‘배달의 민족’이란 서비스를 만들게 됨.)로, 다른 한 곳은 WHAT(‘요기요’란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 서비스는 빠르고 편리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음.)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배달의 민족’에서 치킨을 시켜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달음식 주문이라는 행위를 넘어 그 가치에 힘을 더하는 것이며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빠르고 편리하게 배달을 해준다는 이유였으면 굳이 내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를 두고 이 어플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낯선 동네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아니면 치킨, 족발, 보쌈, 피자 등 5군데 안팎의 고정된 음식점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그리고 우아한 나눔

‘우아한 형제들’은 이미 몇 가지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옥수중앙교회와 함께 홀로 사시는 어르신 분들께 매일 우유를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우유 안부 캠페인‘,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한나체‘,브랜드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금 기부(10%)가 그것이다.

스타트업들은 특성상 기업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에 신경 쓰기 어려운 환경이란 걸 안다. 매출액이 몇 백억 되는 중소기업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거나 관심조차 없는 곳이 허다하기 때문에 ‘우아한 형제들’의 이런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그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로고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다음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이셨던 임정욱 님이 센터장을 맡고 계심.)

 


여전히 내 마음은 불편하다.

배달 산업의 역꾼. citi100

배달 서비스는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고객, 점주, 그리고 배달원. 여기선 ‘배달원’에 대한 이야기와 ‘배달의 민족’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배달의 민족들

사실 ‘배달’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마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따뜻한 음식 가져다주시기 위해 수고해주시는 배달원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이분들을 보면 더불어 사는 사회에 기여하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가끔은 배달비가 짜장면 값에 포함되어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하고 싶다.)

 

하지만 이도 잠시. 거리에 나가보면 조마조마한 광경이 한 둘이 아니다. 헬맷은 당연히 안 쓰는 것이고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보행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또, 차선 사이로 사이드 미러가 닿을 듯 말 듯 지나가는 곡예운전으로 얼마나 자주 가슴을 쓸어내렸던가. 더군다나 그 대부분이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어서 그 불안한 청춘의 하루가 일시적인 객기로 비명횡사할까 두렵기까지 하다.

 

중앙선을 침범하여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 (출처:안전보건공단)

이렇게 집까지 도착했다 하더라도 문을 열어주는 것이 쉬웠던가? 누가 배달을 오는지, 여자 혼자 있는데 문을 열어줘도 괜찮을지 등 괜스레 두려움 마음으로 문을 열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여기서 생기는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잠재적 위험은 실제 그렇다기보다 배달원 정보를 알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 까지 더한다면 배달음식이 늘 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저 문 넘어엔 누가 있을까?

 


‘배달의 민족’에게 바라는 사회공헌 모델 제안

사설이 길었다.


나는 배달 음식을 보며 “모바일 전단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못해봤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했던 2가지는 꼭 개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배달 오토바이의 비윤리적 행태와 청소년 교통사고, 배달원 익명성에 기안한 잠재적 위험의 존재의 개선.

 

현황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운전자가 1,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2009년 음식업 사망사고 현황 (출처: 안전보건공단)

또, 산업안전공단 집계 결과, 2010년 오토바이로 치킨 중국음식 피자 등 각종 음식을 나르다 부상한 근로자가 178명. 이 중 21명이 사망하였고 절반 가량이 10대 청소년이었다고 하니 그냥 쉽게 보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70636911
전체 서비스 산업에서 차지하는 음식업 사고 발생률(출처: 안전보건공단)

 


왜 ‘배달의 민족’인가?

나는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직업 소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매일매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면서 정작 나 자신이 하는 일은 사회에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어떤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 나아가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책임을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 업에게 바란다는 것이 어렵고 무리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가장 선급한 문제는 생존이지 않은가? 회사의 문을 내리면서 사회공헌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익과 기여가 함께 공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배달의 민족’은 ‘우유안부 캠페인’등 짧은 기간에 영향력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문화와 가치관]을 보면 여기가 단순히 빠르고 편리한 배달 서비스로 돈만 좀 벌어보겠다는 그런 회사가 아님도 잘 알겠다. 그래서 난 ‘배달의 민족’에게 평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이라면 1켤레를 사면 1켤레를 나눌 수 있는 ‘탐스(TOMS)’같은 회사를 꾸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앱을 켜고 주문을 하는 것 하나하나가 우리 삶에 촘촘히 기여하는 ‘무엇’이 되면 좋겠다.

 

저렇게 똥꼬까지 내보이며 작품에 열중인 ‘배달의 민족’이다. 나는 여기서 기업 그 이상을 본다.

또 아는가? 이렇게 쌓인 사회적 신뢰로 배달산업의 파이가 더 커지고 더 낮은 수수료율을 만들며 업체 최고의 매출을 달성할지 말이다. 그때쯤 되어 배달 아르바이트로 사망한 청소년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배달의 민족’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아한형제들’은 늘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뭔가 여기에 낯부끄러운 아이디어와 가이드를 끄적이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그냥 계속 ‘배달의 민족’으로 야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응원도 하고 변화도 지켜보련다.

 

혹자는 그냥 ‘병맛’이라고 폄하하지만 이런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가진 기업을 최근 본적이 있으면 손들어보자. 신념은 돈주고 못산다.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이롭게하자.

 

우아한 대한민국 배달음식산업을 꿈꾸며

이 글은 2014년 4월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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