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트업

맥도날드 vs 자포스

by rhodia 2019. 9. 25.

규율과 자율의 균형 맞추기

 

헤프닝

어제 맥도날드에서 네살배기 아이와 햄버거를 먹었다.
감자튀김 하나를 먹고 나더니 물이 먹고 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조금 있다가 나가서 주면 안될까?”

처음부터 아이는 들을 마음이 없다. 세트 하나를 시켜 둘이 먹는 바람에 콜라만 나왔는데 난감했다. 계속 물타령을 하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급한 마음에 카운터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저기.. 죄송한데 아이가 물을 계속 찾아서요. 조금만 얻을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물을 팔고 있어서 드릴 수가 없어요.”
“아, 네. 그런가요. 그럼 혹시 한 컵도 필요없고 한 두모금이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네, 저희가 물을 팔고 있어서요. 드릴 수가 없어요. 가게 밖으로 나가시면 정수기가 어딘가에 있을꺼에요.”

아이와 먹던 햄버거를 두고 정수기를 찾으러 어떻게 나간단 말인가. 결국 돌아와 다시 앉았고 햄버거는 쑤셔넣듯 입에 넣고 얼른 가게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원칙은 원칙이고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 야속하고 아쉽기도 했다. 내 장사였으면 저렇게 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맥도날드 vs 자포스

맥도날드는 BrandZ에서 발표한 2014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5위의 기업이다. 자포스는 비록 순위에 올리진 못했지만(모기업 아마존 닷컴은 10위에 랭크) 그 독특한 기업문화와 고객응대로 정평이 난 곳이다. 두 곳 모두 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고 어떤 즐거움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잘 안다. 그래서 지금의 이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좀 상한 채로 맥도날드를 나오면서 자포스를 떠올렸다. 거기 직원이라면 어땠을까?

 

맥도날드는 철저한 매뉴얼화로, 자포스는 직원 스스로 옳은 판단과 시도를 권장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래의 글은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당신의 직원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도록 허락하라. 성공하는 예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직원이 자신의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붓도록 허용하라. 뛰어난 재능이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끝내주는 음악가일 수도 있다. 직업 외의 열정을 표현할 기회를 직장에서도 허용하라.”

<딜리버링 해피니스> 토니 셰이

“크로크는 각종 실험을 거쳐 체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완성된 최종 매뉴얼 항목은 자그만치 5만 가지나 됐다. 크로크는 우선 햄버거 재료로 사용되는 쇠고기의 크기와 무게, 모양을 정확하게 통일했다. 예컨대 지방의 양은 19% 이하, 무게는 1.6온스, 지름은 3.875인치, 양파는 0.25온스 등으로 정했다. 또한 이 매뉴얼에는 햄버거의 고기를 어느 정도 두께로 자를 것인지에서부터 몇 도에서 몇 분 동안 익힐 것이며, 감자를 써는 요령과 두께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신동아> 햄버거로 세계 정복한 맥도날드 이야기

Zappos CEO Tony Hsieh

업의 특성과 핵심 경쟁력

분명한 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단순히 갈라낼 수 없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와 자포스, 둘은 고객에게 상품을 판다는 동일한 행위를 하지만 재료를 가지고 현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과 완제품 또는 그 수준의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만약 자포스 직원들이 고객 상담을 하면서 정해진 스크립트를 읽고 매뉴얼대로 대답을 했다면 어땠을까? 맥도날드 직원들이 점포와 주방장에 따라 토마토를 2개 넣거나 카레소스를 뿌리거나 패티를 2장씩 올려주기도 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끔찍하지 않은가? 업이 가지는 특성에서 발견한 핵심 경쟁력은 지금의 맥도날드와 자포스를 있게 했다.

‘규율’ vs ‘자율’

이렇게까지 생각을 해본다면 크게 야속할 필요가 없다.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맥도날드 직원이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일반 회사에서도 이런 대립은 늘상 있다. 아무리 말해도 안된다는 ‘규율’파와 직원들은 환경만 잘 제공해주면 스스로 좋은 판단을 하고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자율’파 말이다. 맥도날드의 직원이 물 한모금 주지 않은 일로 생각의 물꼬가 터진 건 이 때문이었다. 난 ‘자율’파에 좀 더 가까운 편인데 얼마전 몇몇 사건을 겪으며 ‘동상이몽’에 대해 생각했고, 분쟁이나 기준을 잡아줄 ‘규율’이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맥도날드가 ‘규율’속 ‘자율’을 가진 기업이라면, 자포스는 ‘자율’속 ‘규율’을 가진 기업이었다.

 

나는 어떤 타입일까? 우리 회사는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보면 후진국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회 풍조나 습관도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개선되고 없어지며 좋은 방향의 기세가 생기는 이야기가 나온다. ‘규율’과 ‘자율’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지금 우리 회사가 너무 ‘규율’에 얽매어 있다거나, ‘자율’이 만연하여 도대체 회사라고 보기 힘든 지경이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어느 한 쪽을 명확하게 정하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도 말자. 기세가 생기면 우리 업에 맞는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 동안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며 각도를 보정해 나가야함은 물론이다. 영점사격없는 명사수는 없다.

 


헤프닝 이후의 생각정리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바라볼 수 있는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이걸 우리는 비전이라고도 한다. 이게 잘 안되면 ‘규율’과 ‘자율’은 소모성 논쟁일 뿐이다.

 

직원들의 열정은,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통해 조직에 기여하고 진척되는 모습을 볼 때 생겨난다. 열정은 ‘규율’보다는 ‘자율’에서 나온다.

 

지저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직원들을 지치게하고 싶지 않다면 리더십만큼이나’규율’도 중요하다. 잘 만들어진 ‘규율’은 직원들 간에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정화할 수 있게 해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