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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

by rhodia 2019. 9. 25.

시대를 만들어 온 우리나라 국민들

 

김영란법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여성으로서 최초로 대법관이 된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의 이름을 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별칭이다. 이 법은 2012년 제안 후, 2015년 1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같은 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9월 28일 시행되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각 지자체와 단체는 TFT나 콜센터 등의 대응 팀을 신설하고 운영하기 시작했고, 어떤 공무원은 중식으로 라면을 먹었다며 라면 사진과 함께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다. 김영란법의 내수 위축 우려와 소상공인(?)들의 눈물과 애원이 담긴 기사도 잊을만하면 헤드라인에 떴다. 얼마 전에는 모 기업 행사의 기자 간담회에서 기념품도 안 주고 물만 줬다고 기사가 났다. 말 그대로 난리다. 그런데 어째 난리가 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해지는 느낌이다.

 

부패는 오랜 시간 만들어져 일상에 자리 잡고 세대를 거듭하며 고착화된다. 그렇게 일반화된 관습과 관행은 시민의 일상에 침투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힘들게 만든다. 거기에 경제 논리와 자본주의를 바탕에 둔 ‘먹고사는’ 문제가 걸리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번 김영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시행을 보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이루어 왔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경제 성장과 나머지 요소가 함께하지 못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김영란법이 통과될 당시 92.3%의 국회 본회의 재석의원이 이 법에 찬성했다는 사실과 그리고 이 법을 제안하고, 검토하고, 통과시킨 사람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만들어 온 우리나라 국민들이 새삼스레 대단해 보였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꼭 읽어 볼만한 훌륭한 글이 있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글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다.

우린 뭔가 오해하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이하 ‘김영란법’)은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 제정을 주도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행동 강령”이라고 말한다.

“소수의 악당이 아니라 다수의 선한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면 그걸 통제하는 방법이 중요해요. 체포 가능성을 높이고 처벌 수위만 높여가지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거죠. 오히려 도덕적 규범을 머리에 떠올리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그리고 권석천 위원은 이 글을 아래와 같이 끝맺는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한국 사회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한계상황에 접어든 것이다. 시행 초기의 혼란과 부작용을 부각시키며 실패하기만 기다려선 안 된다. 그렇게 화훼 농가가 걱정된다면 가족과 연인에게 꽃을 사가라. 그것이 다음 세대에 좀 더 깨끗한 일상을 물려주는 길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권석천 위원의 글처럼 많은 사람들이 김영란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스스로 그 잣대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은 스스로 만들어지고 시행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법이 시행되고 시대와 충돌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성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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