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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이 뭐길래

by rhodia 2019. 9. 26.

“무슨 시멘트 덩어리가 저렇게 비싸냐”

 

높아진 분양가와 수 십억 대를 쉽게 넘나드는 강남 집 값 소식이 들리면 주변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 한 둘은 쉽게 볼 수 있다. 가격이 싸고 비싸고 판단은 각자 개인의 몫이니 뭐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면서 늘 선택에 직면한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보유하고 무엇을 팔 것인가.

 

부동산은 토지, 그러니까 땅 위에 올라가 있는 움직이지 않는(부동)한 자산(산)을 사는 것이다. 철근과 콘크리트, 나무와 벽돌과 같은 자재들은 사실 상 무한정 공급 가능하지만 그 자재로 지어진 건물이 올려지는 토지는 유한하다. 여기에 사람들의 욕구가 더해지면서 ‘투기’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이 짧은 문장에 등장하는 단어들, ‘집’, ‘삶’, ‘투기’ 에 대해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집’이외의 부동산은 그럼 무엇인가? 부동산은 ‘삶’에 무엇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나. ‘투기’란 무엇인가? ‘투자’란 무엇인가? ‘구매’란 무엇이며,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인가.

 


화폐와 자산

부동산, 그러니까 집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의식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큰 돈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활동의 ‘주’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아마도 이 이유 때문에 집은 ‘사는 곳’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치가 변하는 자산의 특성 상 때에 따라 시세 차익을 누리기도 한다. 이렇게 발생한 시세 차익이 대략 우리가 일 년 동안 근로소득으로 벌어들인 돈 보다 더 클 때, 그리고 그것이 내 것이 아닐 때 ‘투기’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분노와 함께 떠 오른다.

 

우리가 일을 하고 대가로 받는 화폐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떨어진다. 세상에 도는 돈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푼도 쓰지 않고 100만원을 장롱 속에 넣어 두었다면 돈에 찍힌 숫자는 같을지 몰라도, 그걸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줄어들게 된다.

 

그런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는 그 가치가 상승하거나 최소한 유지는 될 만한 자산을 산다. 금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화폐의 총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대체로 함께 증가하는 대표적 자산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집은 ‘사는 곳’이라는 명제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공평하게 원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면 다수의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는 최선 선택을 하고 그것은 가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부동산은 자본주의를 돌리는 화폐, 시장, 거래와 함께 인간의 생명 유지, 자유, 욕구가 결합된 대상인 것이다.

 


무엇을 먼저 던질 것인가

불황의 시대에는 보유 자산을 축소하고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는 움직임이 생긴다. 사람들이 내가 팔려는 자산을 사지 않으면 그 가치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산을 먼저 던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자산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무엇을 먼저 던질 것인가?’ 이 질문을 해보는 이유는 ‘무엇을 보유할 것인가?’ ‘무엇을 살 것인가?’에 답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정책이 호의적이지 않고, 시장이 망가졌으며,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가진 자산의 가치를 정렬한 다음 하위에 분포한 자산을 순서대로 처분하게 된다. 악화되는 전망은 보유 자산의 커트라인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산이 우리가 요즘 사거나 보유해야 하는 자산이다. 흔히 말하는 ‘똘똘한 한 채’는 그런 뜻이다.

 

이런 자산 처분의 피바람에도 살아남은 부동산의 공통된 특징은 ‘좋은 입지’다. 입지는 교통, 교육, 환경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이외의 나머지는 부수적이라고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살기엔 좋은데 투자로는 별로에요”라는 말은 이 입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 이상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매수자가 그것을 감수할 수 있다면 혹은 나쁘게 보지 않는다면 사셔도 좋지 않을까요 하는 말을 에둘른 것이다.

 

인구 감소와 주택 공급량 증가로 집 값 하락을 전망하는 기사를 본다면 걱정해야 할 것은 수 십억을 주고 집을 산 강남 사람들이 아니라 수 천만원을 주고 산 지방 부동산 보유자들일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화 시대 진입은 도시 집 값이 강한 시세를 형성하고 유지할 것임을 말해 준다.

 


언제 사고 팔 것인가

정부의 태도와 정책

이것은 개인이 보유한 자본과 부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와 성향, 그리고 정책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원칙이다. 그들이 부정적일 땐 맞서지 말고 현금을 보유하거나 똘똘한 한 채만 사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경제 전망

부동산이라는게 분양부터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권의 임기와 정부에서 발표하는 지표를 통한 거시 경제 전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망은 크게 선행, 동행, 후행 지수로 나눌 수 있는데 투자에 있어서는 건설수주액 같은 선행 지수가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이런 지수와 더불어 추이의 방향성과 정도를 알 수 있는 종합경기지수 추이를 제공하고 있다.

 

100을 기준으로 순환변동치가 100을 상회하면 추세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고 100을 하회하면 추세이하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순환변동치 수준보다는 방향 중심으로 해석 (출처: index.go.kr)

 

아래는 경기종합지수 추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용어다.

  • 선행종합지수 : 선행종합지수는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서 구인구직비율, 건설수주액, 재고순환지표 등과 같이 앞으로 일어날 경제현상을 미리 알려주는 9개 지표들의 움직임을 종합하여 작성함
  • 동행종합지수 : 동행종합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광공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과 같이 국민경제 전체의 경기변동과 거의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7개 지표로 구성됨
  • 후행종합지수 : 후행종합지수는 경기의 변동을 사후에 확인하는 지표로서 생산자제품재고지수, 회사채유통수익률, 가계소비지출 등과 같은 5개 지표로 구성됨
  •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 동행지수에서 추세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로 현재 경기 국면 및 전환점 파악에 이용
  •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 선행지수에서 추세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로 향후 경기 국면 및 전환점 단기예측에 이용

또, 아래는 국가지표체계 페이지 소비자동향지수(CSI)인데 아래 6개 지수를 표준화하여 합성한 것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전망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 현재생활형편
  • 생활형편전망
  • 가계수입전망
  • 소비지출전망
  • 현재경기판단
  • 향후경기전망

100을 넘으면 긍정, 이하는 부정이다.

 

만약, 신문에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와 같은 기사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이미 경기가 나빠졌다는 뜻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실업률은 대표적 경기 후행 지수 중 하나이므로 이런 기사를 보고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내구재와 비내구재의 소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살림이 어려우면 식료품과 같은 비내구재보다 집, 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가 먼저 급감한다.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 들고 있다면 “굳이 지금 뛰어들어야 하나” 생각해봐야 한다.

 

시장 심리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없거나 적어지고 있다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매수, 매도 시기를 찾고 있다면 시장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동 자금이 많은 사람은 “언젠가 오르겠지 뭐” 하면서 그냥 둬도 상관없다. 하지만 보통 일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수 년 안에 써야 할 돈이며 대출이 끼어 있다. 집과 같이 큰 돈이 한꺼번에 묶이면 가처분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난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개인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세까지 하락한다면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공포와 탐욕

알면서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이 공포와 탐욕이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같겠지만 막상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선뜻 사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더 하락하겠거나 하며 매수를 미룰 것이다. 반대로 끝없이 상승하는 가격을 보고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탐욕이 생긴다. 보통 이런 탐욕은 상승하는 가격과 함께 슬슬 올라오다가, 가격 상승을 수 차례 목격하며 자기 확신을 가질 때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매수한 그 순간 신기하게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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