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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브롤스타즈로 배우는 투자 원칙

by rhodia 2020. 1. 22.

브롤스타즈라는 모바일 게임이 있습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 중 한 명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치는 게임입니다. 여러 게임 모드가 있지만 여기서는 솔로 쇼다운 게임 모드를 빌어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솔로 쇼다운은 온라인에서 접속한 10명이 각자가 선택한 캐릭터를 가지고 싸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임의 성적에 따라 트로피를 얻거나 뺏깁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가장 많은 트로피를 얻고, 가장 먼저 죽으면 마이너스 트로피가 됩니다. 캐릭터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타고난 체력이 다르고, 가진 무기가 다릅니다. 어떤 캐릭터는 체력이 높지만 근거리 공격만 가능하고, 다른 캐릭터는 체력이 약한 대신 공격이 강하거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맵은 수시로 바뀝니다. 맵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캐릭터를 잘 선택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래 보이는 수풀에 캐릭터가 들어가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싸우지 않고 잘 숨어있기만 해도 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면 게임이 재미 없어지겠죠? 그래서 개발사 측에서 몇 가지 장치를 해뒀습니다. 크게 2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독구름'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녹색 구름이 그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독구름이 게임 유저들은 옥죄여 옵니다. 독구름에 캐릭터가 닿으면 체력이 빠르게 감소하고요. 그래서 유저들은 독구름에 닿지 않기 위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맵의 가운데로 모두 모이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파워큐브'입니다. 아래 사진의 나무 상자를 부수면 파워큐브가 나오고 이걸 먹으면 체력과 공격력이 올라갑니다. 맵에는 수십 개의 파워큐브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브롤스타즈의 솔로쇼다운 게임 화면

대략 이정도면 게임에 대해 모두 설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점점 가운데로 옥죄여 오는 독구름을 피해 파워큐브를 최대한 많이 획득해서 필요에 따라 상대를 제거하며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어떤 투자 원칙을 배울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초록색 독구름이 유저들을 좁은 공간으로 모으게 됩니다.

 

잊혀진 목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끝까지 살아남으세요."라는 목표를 잊고 싸움에 열중합니다. 그리고 결국 가장 빨리 죽습니다. 트로피를 빼앗기게 되지요. 왜 그럴까요. 심지어 게임 시작 전에 항상 알려주는데도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신나게 돌아다니며 총을 쏘고 파워큐브를 먹으며 강해지는 것에 희열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목표는 상대를 많이 없애는 것도, 파워큐브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닙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 투자에서도 우리는 같은 경험을 자주 합니다. 원칙을 세우고 때를 기다리는 것을 지루해합니다 시장에 마구 달려들어 생각지도 않았던 종목을 매수하고 상승과 하락을 운에 맡깁니다. 그리고 줄어든 판돈을 가지고 다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우리의 목표는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 

 

끝없는 욕심

처음 게임이 시작되면 파워큐브가 담긴 나무상자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이걸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체력도 강해지고 공격력도 세집니다. 눈 앞의 파워큐브 상자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상자도 전력 질주하여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욕심은 더 강해집니다. 남들이 먹기 전에 내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수풀에 누가 숨어있는지 확인도 않고 달려듭니다. 문제는 남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1/3는 파워큐브를 서로 먹으려고 싸우다가 죽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데 말이죠. 파워큐브 상자가 4개씩 붙어있는 장소는 혈투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한두 명을 빼고 모두 죽습니다. 시장에서 급상승하는 종목을 보면 나도 좀 먹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는 늘 높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3분 만에 10%가 넘는 하락 VI를 맞아보면 정신이 번쩍 들지만 그것도 그때뿐입니다. 새로운 판이 시작되면 다시 욕심이 생깁니다. 원칙을 세우고 자신만의 투자스타일을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욕심인지 내가 먹을 자리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거기서 비로소 생깁니다.

 

적당한 자리

앞서 이야기했듯 수풀에 숨으면 상대방에게 내가 안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자리의 수풀에 숨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잘 숨어있기 위해선 점점 나를 옥죄여오는 독구름도 생각해야 합니다. 독구름을 피해 수풀과 수풀 사이를 옮겨다니는 사이에 내가 상대방에게 보이면 공격을 당할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쓰며 미리 맵의 가운데 있는 수풀에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맵의 가운데 위치한 수풀은 가장 위험한 장소입니다. 상대방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쉽게 발각되고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다림에 가장 안전한 장소는 인적이 드문, 맵 가장자리의 독구름 바로 옆입니다. 사람들은 독구름에 닿으면 체력이 깎이고 결국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계속 눈치를 보며 다른 수풀로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들킬 확률도 낮아집니다. 머리를 써서 오를 것 같은 자리에 미리 샀다가 참지 못하고 던지는 경우는 흔합니다. 괜찮은 자리는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먹을 자리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합니다. 좋은 자리는 손절 라인을 스스로 명확하게 그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는 손실을 제한하고 이익은 무한대로 가져가야 합니다.

 

분노

의욕에 가득차서 시작했는데 몇 초만에 상대방에게 허무하게 죽게 되면 원인 분석보다는 분노가 차오릅니다. 곧바로 다음 판을 시작하고 여기저기 휘저으며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다시 수풀에 숨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무시해버리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몇 번하면 트로피가 수십 개 깎여 있습니다. 시장에서 손해를 본 우리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더 심한 경우는 공포 때문에 바닥에서 팔았는데 끝없이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일을 겪게 되면 그 종목으로 다시 복수해주겠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듭니다. 그리고 다시 잃기를 반복합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이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 그들의 표정을 보세요. 대부분 무표정입니다.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기쁨의 감정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단련된 것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실행하는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종목에 분노를 느끼지 마세요. 복기를 하며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극도의 분노는 대부분 몇 분만에 적정 수준으로 가라앉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의 목표는 끝까지 살아 남는 것입니다. 그래야 뭘 해도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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