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돈의 가격

by rhodia 2019. 10. 27.

환율은 우리가 여행 갈 때나 들여다 보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대부분 잊고 지냅니다. 하지만 경제에 관심이 많고 돈을 불려 가고 싶은 독자분들이라면 환율에 둔감하면 안 됩니다. 환율은 겉으로는 나라 별 화폐 교환 비율이지만 많은 재료가 비벼져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경제를 측정하는 수 천 가지의 지표들이 있지만 단 하나의 지표만 볼 수 있다면 저는 환율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제 뉴스에 환율에 관한 소식이 나오면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고슴도치가 되어 미래를 전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환율이 좋은 바로미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한국은행의 금리 발표는 눈여겨 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리는 기준이 되어 우리가 내는 대출이나 예금 금리를 변동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 풀린 돈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려 실제 손에서 돈을 빠져나가게 하거나 들어오게 합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도 챙깁니다. 미국 달러는 전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기축 통화이기도 하거니와 수출을 많이 하고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많은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당연합니다. 또 달러가 강세일 때 상대적으로 시장은 두려움의 연속이고, 반대일 때 달러 약세가 되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성향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경제 용어를 짚어보겠습니다.

 

경제성장률

높은 경제 성장률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제가 고성장하면 일자리도 많이 늘고 돈도 더 돌면서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생각 때문인데요. 경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야 합니다. 잠재 성장률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가용한 자원(인력, 자본 등)을 모두 활용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가리킵니다. 잠재 성장률만큼 경제가 성장해주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경제가 잘 큰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 경제 성장률이란 용어도 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실제로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나타내는 것인데 이게 잠재 성장률을 넘으면 할 수 있는 최대 역량보다 더 나갔다는 뜻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깁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10km인데 100km를 띈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심한 경우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지요. 신문에서 잠재 성장률과 실질 성장률 통계가 언급된다면 유심히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경제가 잘 크고 있어 내 삶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지, 잠재 성장률을 초과한 성장률로 부동산 투자에 적절한 타이밍이 오는지, 잠재 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저성장으로 실업자가 늘고 물가가 하락하니 현금을 더 챙겨둬야 하는지 말입니다.

 

금리

금리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 금리가 있습니다. 이 금리를 명목금리라고 하는데 이 금리는 은행 간 거래에서 기준이 됩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금리는 실질 금리로 명목 금리, 그러니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에 물가 상승률를 뺀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새로울 것도 없이 당연한 말입니다. 기준금리가 3%인데 물가 상승률도 3%라면 실질 금리는 제로인 셈입니다. 2019년 10월 현재 기준금리는 1.5%입니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을 빼보면 실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금리가 나옵니다. 투자자라면 금리 인하로 무조건 유동성 장세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얼마이기 때문에 실질 금리는 얼마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려한다는 뉴스가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었어?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 정도면 개발 도상국은 이제 아니지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민감합니다. 농산물에 500%가 넘는 관세를 매기면서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게 약해지거나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화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돈입니다. 해외에서 원화로 물건 값을 지불하려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경험할 것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외국인들이 주무른다고 할 정도로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 시장이 하락하면 같이 하락하고 상승하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경우도 잦습니다. 중국의 GDP 감소에 충격을 받고,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근원 소비 판매, 기존 주택 판매 지수나 원유 재고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름도 한 방울 나지 않아 유가에 취약하고 요즘과 같이 자유롭고 분업화된 무역 환경이 제국주의 시대로 귀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도 우리입니다. 이렇게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뭐하나 좋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다 가진 듯한 미국 시장이 부러워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입장이여서 가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장점은 앞서 언급한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립니다. 바로 채찍 효과입니다. 채찍은 손잡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크게 움직입니다. 손잡이쪽은 손목만 까딱하지만 채찍의 끝은 엄청난 변동성을 가지며 크게 움직입니다.

 

(출처: http://blog.sidelinesportsdoc.com/wp-content/uploads/2014/02/whip1.png)

미국 시장이 채찍의 손잡이라면 우리나라는 채찍의 끝입니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공포와 축제가 번갈아 가며 수시로 찾아오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우리나라에 돈을 넣어 수익을 챙기고, 선진국 경기가 죽으면 - 우리나라와 같은 채찍 끝의 나라는 하락폭도 크고 리스크 노출도 많기 때문에 - 돈을 빼 금이나 미국 국채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겁니다. 미국의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이 1%가 늘어나면,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2% 포인트, 그리고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5~10% 포인트 상승(환율의 미래, 홍춘욱) 한다고 하니 이해가 됩니다. 1%와 10%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명한 것이니까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을 실적과 상관없이 가지고 놀며 장난치는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진 않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경쟁력이 생기며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면 주가도 상승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환율이 하락할 때, 그러니까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주가가 올랐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해외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야 하고 비싸면 경쟁력이 떨어져 덜 팔리고, 덜 팔리면 매출이 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환율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도 철저히 수익률에 기반한 투자를 하는 거고요.

 

투자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자산 폭락 시기에 보유하면 큰 손실을 봅니다. 전체 투자금이 줄면 수익률 %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듭니다. 손실금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고 시간을 단축하려다 보면 조바심으로 이어지고요. 아시다시피 조바심은 투자의 가장 큰 적입니다. 신용 대출금으로 하는 투자가 어려운 것은 신용 대출의 이자 충당보다는 상환 만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에게 시간 부족과 조바심은 최악의 적이지요.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선생님은 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미국의 국채를, 한국의 부동산 투자자는 미국 주식에 분할하여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산 변동성이 3배에 달하는 신흥국 한국의 주식은 먹을 기회도 많지만 잃을 기회도 많습니다. 묻어 두는 장기 선호 투자자라 하더라도 공황 시기에 점점 0원에 가까워지는 원금을 바라보며 버티는 것은 어렵고 끔찍한 일입니다. 이렇게 자산을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곳에 나누어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리스크에 강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전문 투자자나 그렇게 하는 거지. 환율은 무슨 내일 은행 이자가 더 걱정이다.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당연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모르고 근면하는 것이 정도(正道)는 아닙니다. 내일부터 당장 경제신문을 읽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 전문 일간지의 대부분의 지면은 광고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기사가 넘치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당장 하는 것보다 작은 수치 하나 더 챙겨보고 생각하고 내 돈을 10만 원이라도 넣고 여우처럼 시장을 관찰하며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잊는다고 잃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어 봅시다. 지금 당신 주머니의 돈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환율의 미래
국내도서
저자 : 홍춘욱
출판 : 에이지21 2016.02.03
상세보기

 

Feature Image: https://www.exchangerates.org.uk/images-news2/pound-to-dollar-15.jpg

반응형

댓글